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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준비

2021년도 풀브라이트(Fulbright) 대학원 장학 프로그램 지원 후기(2)

면접은 평년보다 늦은 8월 24일에 한미교육위원단 건물에서 이루어졌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경우 장학금의 취지상 (1) 연구에 대한 구체적 계획, (2) 미국에서 공부/연구해야 하는 이유, (3) 한국과 미국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등을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고 알고 있었다. 이에 맞추어 면접을 준비해갔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다른 학생과 함께 줌으로 스터디를 하며 예상질문을 중심으로 내용 구성, 톤, 눈빛, 자세 등을 교정해나갔다.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던 시기여서 그런지 방역절차가 꽤 엄격했다. 건물 입장 시 체온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면접 내내 지원자와 면접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비말 차단을 위한 아크릴 가림막을 지원자와 면접관 앞에 별도로 설치하여 면접관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기도 했다.

 

면접 대기실에서 내 차례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다른 면접자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당일은 나와 전공이 유사한 행정학, 정책학, 도시계획 분야 지원자들이 함께 면접을 본 것 같다. 면접실에 입장하니 세 명의 중년 한국인 남성(교수님들로 추정), 한 분의 외국인 여성(풀브라이트 측으로 추정), 그리고 두 명 정도의 서기님(?)이 계셨다.

 

질문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1.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해달라.

 

2. 재개발도 재도시화에 포함되는가?

 

- 여기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연구주제에 대해서 물어보실 줄 알았는데, 내 SOP에 적혀있는 구체적인 키워드를 바탕으로 매우 학술적인 질문을 던지셨다.

 

3. 요즘 코로나 때문에 도시계획에서 고밀도 vs 안전을 두고 논쟁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무엇을 추구하는게 옳다고 생각하나?

 

- 장기적으로 도시가 고밀화되는 흐름은 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집적효과,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 등 ... 스페인 대독감 당시에도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화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됐다.

 

4. 코로나 시대의 도시공간형태는 어떠해야 하는가?

 

- 도심공간에서 통풍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바람길을 조성 가능한 용도 규제 등을 언급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여서 헛소리를 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서 복합용도개발이 떠오르지 않은 사실을 엄청 후회했다)

 

5. 석사 지도교수님과 함께 논문을 많이 썼는데, 둘이 잘 맞는 것 같음에도 미국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이유 설명

 

6. 같은 제목의 컨퍼런스 논문이 두 개 있는데, 둘이 같은 내용인가?

 

- 같은 연구주제지만 어떤 문제인식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방법론을 보완하여 연구를 수정하였다.

 

7. 도시밀도가 높아지면 (전염병에 대한) 안전도가 낮아지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 반드시 양자택일의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만 예시로 들어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고 대중교통 이용이 활발하지만 공공주도의 방역 체계를 잘 활용하여 감염 확산을 잘 억제했다.

 

8. 미국 도시 중에 재도시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 도시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 A 도시이다. 비록 젠트리피케이션, 임대료 상승, 전통산업구조 몰락 등의 문제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지만 공공 주도로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내가 공부하고 싶어하는 B 대학에서는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게 어떤 방식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9. 너의 지원서류를 봤는데 매우 훌륭하다. 이 장학금에 합격할거라고는 확답을 줄 수 없지만, one of the best인 것 같다. 훌륭한 지원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널 뽑아야 하는 이유는?


면접을 보면서 굉장히 당황했다. 우선 면접관들이 SOP를 매우 꼼꼼히 읽어보고 면접에 들어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반면에 Personal Statement는 읽어보지 않은 것 같고, 전형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또한 전공 분야와 관련된 면접관들이셔서 그런지, 질문들이 굉장히 예리하고 현안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특히 3번, 4번 질문은 8월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이었다.

 

반대로 내가 예상했던(그리고 기존 후기에서 많이 언급되었던) 연구의 함의, 한-미 관계 및 각국에 대한 기여와 관련된 질문은 받지 못했다. 향후 지원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면 연구와 관련된 현안에 대한 예상질문과 답변도 준비해보시길 권유한다.


면접전형 결과는 면접일로부터 거의 한 달 이후인 9월 16일에 메일로 전달받았다.

 

결과는 Alternate Candidate로 합격. 1차 지원 대상인 Principal Candidate가 장학금을 철회했을 때 지원을 받게 되는, 일종의 예비후보자 개념이다. 면접을 너무 망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Alternate Candidate로 선정된 것도 굉장히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9월 초에 이미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해외유학장학사업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관계로, 풀브라이트 측에는 메일을 통해 철회를 요청드렸다.

 

비록 장학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원을 준비하며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SOP, Personal Statement, 그리고 CV를 거듭해서 수정하며 훨씬 발전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국고등교육재단 면접 이전에 풀브라이트 면접을 미리 보았기 때문에 훨씬 준비된 상태로 다음 면접을 준비할 수 있었고, 결국 좋은 결과를 얻었다. 혹시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 지원을 망설이는 대학원 유학 지원자가 있다면 꼭 도전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