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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준비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해외유학 장학금 지원 후기(2) 필기고사

올해 한국고등교육재단 필기고사는 8월 14일 토요일에 명지전문대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다음에 편의점에서 가나 초콜렛과 물을 한 병 샀다. 친절하신 편의점 점주님께서 오늘 초콜렛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시험이라도 있냐고 물어보셔서 장학금 관련 시험을 보러 왔다고 말씀 드렸다.

 

충분히 두고 출발해서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에 굉장히 허둥지둥 입실했다. 지도를 보고 시험장소를 찾아가다가 정문 대신에 폐쇄해둔 후문 쪽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가랑비가 내리는 습하고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를 뚫고 정문까지 빠르게 뛰어갔다. 정문에 설치되어 있는 부스에서 체온 검사를 마치고 체육관에 입실했다.

 

시험장에 입실하고는 깜짝 놀랐다.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험장 입구에 있는 좌석배치표를 보니 사회과학(인문, 경영, 경제 제외) 분야로 지원하신 분이 50명에 가까웠다.

 

자리에 앉아 시험 시작을 기다리며 공지에 귀기울이고 있었는데 준비물에 컴퓨터용 싸인펜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최초 공지에서는 준비물에 컴싸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후 업데이트된 공지 및 안내 메일에 추가된 것 같았다.

 

가장 최근에 토익 시험에 응시했을 때도 마킹을 연필로 대체했던 경험이 있어 순진하게 요즘 시험은 컴싸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멘붕하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감독관님께 여분의 컴싸가 있는지 여쭤보았지만 재단 측에서도 컴싸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신 감독관님께서는 연필로 마킹을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다행히 필통에 컴싸는 없는데 수정 테이프는 있어서 더 큰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연필(샤프)로 마킹한 OMR 카드가 판독기에 제대로 읽히지 않으면 어떡할지 걱정했는데 필기고사에 통과한 것으로 보아 다행히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시험 시간은 다음과 같이 총 4시간에 가까웠으며 각 과목 간에 10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재단소개 및 본인확인 15분

 

영어 I 45분

 

영어 II 45분

 

영어 III 40분

 

전공 120분


영어 I

 

영어 I은 두 개 유형으로 나뉘었다.

 

첫째 유형은 제시된 단어에 대한 (1) Synonym, (2) Antonym, (3) Analogy 답안을 주관식으로 작성하는 유형으로 어휘의 수준은 토플 고난이도~GRE의 경계 어딘가로 보였다. 각 유형의 문제 개수는 15개. 잘 아는 단어들도 많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단어들도 꽤 있었다(spry, triad 등).

 

둘째 유형은 객관식으로 여러 유형의 문제가 15개 있었다. 난이도는 적당했던 것 같다.

 

 

영어 II

 

영어 II는 GRE의 Sentence Completion과 Reading Comprehension 두 개 유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Sentence Completion은 주관식이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비교적 수월했던 반면에 오히려 Reading Comprehension 문제들이 극악의 난이도를 보였다. 몇 지문은 세 번씩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어 III

 

영어 III은 두 개의 시험으로 나뉘었다.

 

첫째 시험은 굉장히 특이했다. 시험시간이 3분이라는 공지와 함께 시험지와 OMR 답안지를 받았다. 시험 시작과 함께 시험지를 뒤집어보니 2페이지 분량의 글(문학)에 중/고등학교 시절에 풀던 어휘/어법 문제처럼 글 중간에 괄호가 쳐져 있었다. 괄호 안에 제시되어 있는 단어/표현 3개 중에 의미, 어법상 올바른 정답을 고르는 시험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문제 수가 66개에 달했다. 컴싸를 챙겨오지 않아서 샤프로 OMR 마킹을 하는 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결국 문제를 허둥지둥 15개 정도 밖에 풀지 못하고 텅 빈 답지를 제출해야 했다. 컴싸를 가져왔으면 문제를 더 많이 풀었을 수도, 미처 풀지 못한 문제는 찍을 수라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둘째 시험은 논술형 문제였다. 사회 현안에 대한 주장이 제시되어 있고 해당 주장에 대한 찬반 여부가 그 이유를 영어로 서술하는 시험이었다. 토플과 GRE의 Writing 영역을 준비했다면 무리 없이 답안을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손으로 직접 영어답안을 작성하다 보니 시간이 꽤 촉박했다.

 

 

전공 120분

 

사회과학 분야 시험 문제는 총 3개로 문제당 시간 제약은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전공 시험이 이번 필기고사의 꽃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과학 분야(경영/경제 제외)의 경우 다양한 전공 지원자들이 함께 시험을 치루다 보니 전공지식을 평가하기 보다는 사회과학자로서의 기본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데 시험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 문제 모두 논술형 문제로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필기고사를 치루게 된다면 과학철학(토마스 쿤, 칼 포퍼 등), 그리고 다른 전공과 구별되는 자신의 전공의 이론적, 방법론적 관점을 숙지하고 가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학교에서 들은 과학철학 수업과 독서토론 동아리 경험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시험 결과는 약 2주 후인 8월 28일에 발표되었다.

 

영어 III과 전공시험을 망했다고 생각해서 일찍이 마음을 접었는데 운 좋게도 면접 대상자가 되어 당황했다.

 

사회과학 분야 면접 대상자는 심리 2명, 정치외교 4명, 기타 사회과학 4명으로 총 10명이었다. 면접고사와 필기고사를 통해 전체 지원자의 약 20%를 추려낸 것으로 보인다.